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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미니의 속시원한 먹방

[대전] 토박이가 뽑는 냉면 시리즈 1편-숯골원냉면


2년간의 대전 생활을 마치면서 반드시 쓰고 싶었던 시리즈 중 두 번째 시리즈를 시작하려고합니다.

칼국수보다 가게 수도 상대적으로 훨씬 적지만, 대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두 번째가 냉면집입니다.

서울에도 유명한 냉면집이 많지만, 대전에서 오랜시간 자리를 지키며 있었던 냉면집 또한 일품인 곳을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대전의 토박이 냉면은 육수 재료에 의해서 크게 3가지 계열로 나뉩니다.

소고기 베이스-대흥동 사리원면옥, 오정동 황해면옥, 유천2동 평산면옥

닭 베이스-신성동(&현충원) 숯골원냉면, 비룡동 원미면옥, 판암2동 판암면옥

또한 이외 유명한 곳으로 칡냉면으로 유명한 만년동 설악칡냉면 등이 있습니다.

이중 제일 많이 갔었던 곳은 황해면옥이지만, 첫 포문은 최근 냉면을 자주 먹으러다닌 결과 숯골원냉면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은 유명한 곳이었지만 집에서 거리가 있어서 현충원점을 먼저 가보고 대학교 선배와 본점을 꽤나 최근에야 와볼 수 있었습니다.

큰 건물 앞쪽으로 주차장이 있고, 큰 송신탑이 함께 있는 건물이 숯골원냉면 본점 건물입니다.



KBS 맛자랑 멋자랑.

전국일주 4대를 찾아....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5대째 이어받아서 운영되고 있는 노포입니다.

현충원점이 분점이 아니고 다른집이라고 생각해서 부모님께 얘기했더니, 

계산하시며 물어보시길 답변이 5대 사장님이 본점을 운영하시고, 4대 사장님이 현충원점에 계신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사리원면옥도 황해면옥과 가족으로 분리 운영하시는데 이 점은 다음편에 알아보도록하겠습니다.)



가게 내부는 역시 오래된 식당이니만큼, 옛 사진들과 90~00년대 식당의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초봄이라 추운데 친구는 왜 냉면 먹으러 가냐고 했지만, 가게 내부는 이미 사람으로 거의 가득 차있었습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아직도 꿩냉면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버지는 드시면서 원래 꿩이 기본인데 꿩이 비싸지고 닭이 싸지자 닭으로 변경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어릴때 부모님 고향인 충주에서 꿩고기를 먹었던 기억으론 닭고기보다 상대적으로 상당히 담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 가난한 학생인 저는 봉피양도 부담스러워서 못먹기때문에, 물냉면 곱빼기로 먹기로 했습니다.



지난 번에 앉은 자리에서 옆에 붙여져있던 오래된 기사를 읽으니 1대 사장님이 평양모란봉냉면집의 장남이었다고 하며 남한에 와서 가게를 차린 것이 이 숯골원냉면이라고 합니다.

2013.4.11일자 기사에 따르면[각주:1], 북한에서 오신 분이 북한출신 기자에게 추천할 정도로 맛이 일품이었다고 기사에 쓰여있으며, 기자님 본인은 그 당시 아직 방문을 못했다고 쓰여있더군요.

김치 맛있어서 먹고 있었는데, 엄청 단골 같은 옆테이블의 할머니 세 분이 점원인 것처럼 김치 가져다 주시더라구요. 언제 또 오겠냐며.



아직 대전 냉면에 제가 제일 다행이라고 느끼는 점은 맛도 맛이지만, 가격 또한 일품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제가 어릴 땐 더 저렴했지만, 서울의 냉면이 10,000원~13,0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한 것에 비하면, 아직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냉면을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평양면옥에 갔다가...사람 수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고, 밍밍한 육수에 세 번 놀랐었습니다.

제가 아는 평양냉면은 대전에 있는 냉면집을 기준으로 형성되어 있었으니까요.(특히 위에 언급된 기자님에 의하면 평양면옥이 가장 슴슴하다고 합니다.)



'슴슴해야 메밀향이 잘 난다. 메밀향이 잘 나야 평양냉면이다.'라는 공식은 정상회담 이후 좀 사그라든 것 같습니다.

적당히 간이 되어 있고, 육수가 같이 딸려오면서 메밀향과 배합이 잘 되는 것이 이 집의 특징입니다.

닭고기 육수+동치미 베이스에 메밀 껍질이 적당히 섞인 냉면의 메밀향이 착 감겨올라오는 맛은 이곳의 특징입니다.

냉면 육수와 면수도 더 달라고하면 주시는데 아직 많이 못가본 초보라서 미쳐 주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닭고기 베이스 육수를 쓰는 냉면집 특징은 역시 찢긴 닭고기와 계란 고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면에 적당히 섞어서 먹으면 고소함이 더해지며 닭향이 올라가는 것이 일품입니다.



동치미가 베이스인 육수라 물론 시원하지만, 먹다가 리프레시가 필요할 때

치킨무 이상으로 한 번 씼어내려주는 무절임과 오이도 같이 먹다보면, 면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집니다.



이렇게 완냉한 적...꽤나 오랜만이었습니다.

특히 겨우내 먹지 못했던 냉면을 해금하는 순간이었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계산하러가면서 보이는 사진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가게의 마음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금성(現LG)사장님도 와서 드시고 갔을 정도로 맛이 일품이었던, 지금도 그 열정을 잃지 않고 최고만을 내놓는 집.

특히 앞서 김치를 가져다 주신 할머니들께 사리 부족하시냐며 따듯하게 가져다드리겠다고 먼저 여쭤보는 사장님의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책도 나와있는데, 언젠가 방문해서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가족단위 손님이 많았는데, 제가 결혼을 하고 더 오랜 시간을 살더라도 꼭 계속 방문하고 싶은 가게 중 하나입니다.

대전에 사시는 여러분, 대전을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드셔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것으로, 마흔 일곱번째 속시원한 먹방 때밀이를 마칩니다. 탁!

  1.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0&aid=000242351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