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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미니의 속시원한 먹방

[부산] 외지인이 뽑는 밀면 시리즈1-개금밀면

 

3년 만에 부산 여행을 기획하고 드디어 대전에서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에 탑승하였습니다. 

숙소를 부산역 근처로 했기 때문에 끝까지 가서 내렸으면 됐지만, 구포 근처에서 벚꽃을 볼 생각이 있었고 점심도 개금밀면을 가려고 했기 때문에 한 정차역 전인 구포에서 내렸습니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만개한 부산 구포역-삼락 구간 벚꽃 보여드리고 싶어서 위에 넣었습니다.

3년 전에 친구들과 왔을 때 맛이 생각나서 다시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첫 번째로 먹을 식당을 이 곳을 골랐습니다.

개금밀면의 위치는 부산 2호선 개금역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보이는 시장 내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차가운 면 계열 음식을 다 좋아하다보니, 냉면, 밀면은 물론이고 막국수까지 유명한 집이 있으면 꼭 가서 먹어 보게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대전에는 아쉽게도 밀면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는 별로 없고 그 빈자리엔 칼국수 집이 있습니다.

대전에서 자라서 뜨거운 밀가루 면인 칼국수에 지겨울 차에, 부산에 가서 차가운 밀면을 딱 먹어보면 냉면 맛에 쫄깃한 면발이 동공을 휘둥그레 하게 합니다.

평일 점심에 방문해서 그런지 대기는 없었고, 편하게 입장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격은 밀가루가 주 재료이니 메밀이 주 재료인 냉면보다는 월등히 싸서 가격에 느끼는 부담감도 덜고, 만두를 시킬 때 느껴지는 비용 고민을 안 해도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시원한 밀면을 매일 즐길 수 있는 부산이 부럽기만 합니다.(물론 부산 분들이라고 매일 드시진 않겠지만요.) 

 

 

입구에서 메뉴를 미리 결정하고 결제를 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물냉면을 더 좋아하는 저는 大자 밀면을 같이 간 친구는 中자를 시켰고, 당연히 만두도 같이 시켰습니다.

손님이 엄청 많은 가게이다 보니, 효율성을 위해서 선결제와 교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자리는 햇빛이 드는 테라스 쪽으로 앉았습니다.

 지난번에 먹었을 때 육수가 너무 맛있었는데 셀프인 점에 비해 사람도 많고 기계도 멀었던 점이 아쉬워서, 이번엔 바로 셀프바 앞에 앉아서 냉육수, 온육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밀면이 나오기 전까지 입이 심심할 틈이 없도록 따듯한 온육수와 냉육수를 번갈아가면서 마시며 적당히 즐기고 있다보면, 금방 밀면이 나옵니다.

  

 

반찬으로 나오는 것은 냉면과 똑같은 무절임입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밀면은 매콤한 감칠맛이 추가된 점을 따라서 무절임에도 고춧가루가 들어갑니다.

적당히 절여져 있어서 무의 바깥 부분은 아삭하게 안쪽 부분은 부드럽게 씹히며 식초의 산미와 무의 물기가 입안을 상쾌하게 해 줍니다.

 

 

밀면의 모습 자체는 크게 냉면과 다르지 않습니다.

밀면의 역사가 냉면을 바탕으로 메밀을 빼서 만든 애환의 음식이라 그럴까요.

육수만 먼저 먹어보면 약한 식초와 수정과와 비슷한 계피향 그리고 천연 MSG인 고기 육수가 배합된 시원함이 올라옵니다.

옆에 있는 냉육수 떠드셔도 되지만, 그래도 섞기 전에 꼭 한 번 시원한 육수 맛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만두는 피가 얇은 고기맛이 은은하게 담겨있는 고기만두였습니다.

냉면이나 밀면이나 먹을 때 차가운 느낌이 너무 많이 들 때 쫄깃하면서 약간은 기름진 만두로 입안을 촉촉하게 적셔주면, 무절임과는 또 다른 이끌림이 생기게 됩니다.

햇빛 밑에서 따스한 날씨 느끼면서 밀면 찬육수 마시는 그 짜릿함이 리뷰를 쓰는 이 순간에도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

 

 

밀면집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계란을 이렇게 사선으로 썰어줍니다.

보통 냉면집은 계란 절반을 썰어서 나오거나하는데 제가 간 밀면집은 다 이렇게 사선으로 썰어서 나오더라구요.

계란을 아껴먹는 저와같은 사람에게는 굳이 나눠서 베어먹지 않아도 되는 배려심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진 찍으면서 육수 한 모금 마셔보니 젓가락이 자꾸만 비비라며 면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모양이 망가지는 것은 이미 상관 없는 문제였고 빨리 입 안에 넣고 싶어서 계란, 오이, 양념 팍팍 비볐습니다.

한 입 꽉 차게 면을 입 안에 담은 다음 씹으면서 육수까지 살짝 머금으면 속이 파~하는 느낌이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개금밀면의 특징이라면 꽤 칼칼해서 비빔냉면<->물냉면 딱 중간 정도를 좋아하는 분들이 사랑할만한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심할 때 즈음 되면, 고기랑 한 번, 계란이랑 한 번, 무절임이랑 한 번, 그냥 한 번 이렇게 회전하면서 먹으면서 육수 한 모금 씩.

아쉽게 엄청나게 쫄깃한 면이 깜짝 놀랄 정도로 눈에 띄게 사라집니다.

 

 

면이 없어져서 아쉬울 타이밍에 꺼내드는 비장의 무기인 만두를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는데도 불구하고 왕만두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입안을 고소하게 메우기엔 충분했습니다.

요렇게 먹고 면먹고 정신없이 먹다보면 다 먹게 되더라구요.

 

 

부산에 갔으니 밀면 먹어보겠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면 어디든 가서 먹어도 다 맛있겠지만,

난 칼칼한게 좋다라는 분들은 꼭 여기와서 드시면 후회 없을만한 맛이었습니다.

밀면의 황무지에서 자랐지만, 처음 먹어볼 때도 두 번 먹을 때도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금 생각나는 밀면집이었습니다.

 

이것으로, 마흔 아홉 번째 속시원한 먹방 때밀이를 마칩니다.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