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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미니의 방방곡곡 여행

[순천]「나의 문화유산답사기6」와 함께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산사 선암사 산책

선암사 올라가는 길


마침 꼬막철이라 벌교에 꼬막정식을 먹으러 가다가 차 내려가면서 읽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3-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를 다 읽고,

뒷 부분 백제 이야기에 아쉬움이 남아 함께 챙겨갔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인생도처유상수」의 뒷 부분의 부여를 다 읽어갈 무렵

벌교에 도착하여 꼬막 정식을 맛있게 먹고 벌교역 앞 시장에서 다래를 샀습니다.

그리고 대전에 올라가기 전에 무엇을 볼까 고민하다가 마침 읽고 있었던,

 책의 목차 중 벌교와 가까운 순천 선암사가 있었다는 것이 기억이 나, 선암사로 향했습니다.


선암사 승탑밭


차에서 어머니는 "가본 것 같은데...언제더라..."하시더군요.(답사기가 원래는 다 어머니 책이고 제가 산 건 8, 10편 뿐입니다.)

벌교에서 선암사로 향하는 차에서 해당 내용을 거의 다 읽어 갈 때 즈음, 선암사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기억이 안 났지만 내리면서 보이는 주차장에서 어머니는 바로 알아채시더군요.

"아, 여기 2015년인가, 2016년 봄에 꽃이 필 때, 왔었던 것 같은데"

차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하는 길이 20~25분 정도 걸린다고 책에 적혀 있던데 실제로 그랬습니다.

초입에 적혀있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등재를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에 놀랐어요.

나중에 찾아보니 2018년에 우리나라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7곳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더군요.


보물 제 400호 승선교


위 승탑밭이 있는 곳을 지나 지칠 때 즈음 되어 승선교가 보입니다.

작은 승선교 쪽으로 가서 걷는 것을 추천하시길래 그 쪽으로 일부러 걸었습니다.

그러니 큰 승선교 위 강선루가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선암사를 대표하는 구도를 볼 수 있더군요.

그리고 큰 승선교까지 가는 샛 길에는 2003~2004년 승선교 보수 때 노후로 자연 부식된 돌들을 전시해 두었습니다.

차가 다닐 수 있도록 확장된 큰 길 쪽으로 갔다면, 이 승선교의 오래됨의 증명을 보지 못할 뻔 했습니다.


강선루


책에서는 올라갈 때 물소리가 들린다고 하시길래, 귀를 열고 걸어갔는데 안 들리길래 겨울이라 그런가 의문을 가지던 찰나,

승선루와 강선교를 지나면서 물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물이 절 앞에 오면서 점점 많아지더니 거의 입구에 다다르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비가 촉촉히 내린 여름날, 장마 후 습기를 먹은 선암사를 오를 땐 더 크게 들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조 23년(1823년) 화재로 큰 해를 입었던 적이 있어서 내부에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이야기들이 많이 숨겨져 있어서, 더욱 그런 생각에 마음이 동하는 것 같네요.


선암사 하마비


입구엔 궁궐, 종묘, 향교, 성균관 등에서 볼 수 있는 '하마비'가 있습니다.

말을 타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나 내리라는 비석으로, 지금이야 말이 없지만 절에 들어오는 누구든 겸손해지라는 의미로 남겨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조계산 선암사 문


절 초입에 있는 S자를 지나면 드디어 절의 입구가 나옵니다.

절의 입구와 선암사를 돌아다니며 사진 찍으며 느낀 것이 있는데, 절은 아무리 건물 자체가 유려하고 아름다워도

'뒤 배경을 같이 찍어 담지 않으면 사진 안의 구도에서 그 멋이 살아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뒤 사진들에서 더 많이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암사의 매력을 꼽자면 대웅전 올라가기전 계단에서 보이는 마을과 같은 모습이 가장 와 닿았습니다.

20~25분을 깊은 산길을 걸어와 높은 계단을 걸어올라와 부처님을 마주하기 가장 가까운 단계 아래에서

대웅전이 보이기 전 조계산 밑 절집들이 늘어선 모습이 '부처님을 뵈러 산 속 마을에 온 것인지 부처님이 산 속 마을에 오신 것'인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선암사 대웅전 앞


대웅전 앞에 올라오면 나란히 두 쌍의 절탑이 있고 당간지주 4개가 보이는데, 모르고 갔으면 몰랐을 사실이 책에 숨어있었습니다.


선암사 대웅전 앞(p192)


위아래 사진을 잘 비교해보면, 옛날에 찍은 선암사 사진에는 그 자리에 석등이 있었는데,

그러나 위에서 말한 큰 화재가 일어나자 절 안에 있던 석등을 어딘가로 다 옮겼으니 찾아보라고 주지스님이 유홍준 교수님께 말하시는 내용이 나옵니다.

어디에 있는지는 이 글 맨 마지막에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직접 선암사를 가셔서 찾아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암사 대웅전 풍경


책의 내용의 흐름에 따라 지장전 앞 쪽으로 선암사 경내 탐방로를 설정합니다.

저녁에 갔으면 더 아름다웠을 대웅전 처마 풍경을 한 장 찍고, 유명한 무우전 앞 쪽으로 향해봅니다. 


선암사 산신각


무우전 앞에 가기 전에 잠깐 발길을 돌렸는데, 제가 절에 가면 항상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바로 산신각입니다.

한국에 불교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토착신앙인 산신과 함께 융화된 것을 보여주는 한국 절만의 특징이라 그런지 마음도 더 가고,

절의 부처님을 모두 뵙고 나서야 가장 깊숙히 있는 산신을 마주할 수 있기에 다 보았다라는 인증을 주는 것 같아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암사 무우전 매화나무


무우전 앞에 와서야 제가 이곳에 옛날에 와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 당시에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에게 동화되어 매화와 함께 사진 찍었던 제 모습이 탁 떠올랐습니다. 

그 절이 이 절인지 왜 몰랐는지는 무우전 매화만을 알고 있었고 그 사진만 보고 이 곳을 찾았기 때문이겠지요.

사람 반, 꽃 반일 정도로 복잡했던 경내가 겨울에 오니 춥다기 보단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그 이유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온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을 때, 유홍준 교수님이 봄, 여름, 가을...까지의 풍경에 대한 설명에서 좀 좌절했었습니다.

'꽃이 아름답고 식생이 이리도 많은 절에 겨울에 오다니 실패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겨울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딱 위안이 되었던 것이 좌절감을 해소해주는 문구를 던져주셨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요란을 떨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화려한 단풍으로 자태를 뽐낼 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묵묵히 자기를 키워온 이들 늘푸른넓은 잎 나무가 윤기나고 두터운 사철 푸른 잎을 자랑하며 나무 전체가 꽃이라는 듯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다.…"(178p)



매화철에 혹하여 사람에 혹하여 보지 못한 것을, 다 떨어진 곳에 우연치 않게 와서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웠음을 필연처럼 느끼는

그렇기에 경내와 조계산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계절에 왔음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사기에서 무우전 안에서 보는 조계산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극찬을 하셨는데 저곳은 스님들이 계신 공간이라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우전에서 바라보는 조계산의 모습이 금기처럼 느껴저서 무우전 밖에서 한 번이라도 더 조계산을 보게 되더군요. 


전남 유형문화재 92호 선암사 중수비


맨 안 쪽으로 들어가면 선암사 중수비를 볼 수 있습니다.

숙종 33년(1707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선암사를 약휴대사의 정성으로 중수했다는 내용이 쓰여진 비라고 합니다.[각주:1]

옛날엔 중수하거나 건물의 터를 옮기면 이렇게 중수비나 글을 유명한 사람이 써서 준다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8-남한강편」에 나온 요선정에 들렀을 때 책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크기가 사진 상으론 작아보이나 엄청나게 크고 보존 상태도 좋은 중수비라고 하니 보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선암산에서 본 조계사 전경


무우전을 보고 시계 방향으로 원통전 뒤쪽으로 돌아서 나오기로 결정을 하고 장경각으로 내려가려던 찰나.

무우전에서 못 본 탁 트인 조계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며 보는 것은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불자의 마음이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보는 것은 중생을 내려다보는 부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구조적인 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보고 내려가는 길~차문화 체험관 쪽으로 난 샛길로 걸어갑니다.

부모님은 먼저 다 보고 차를 드시러 내려가셨었더군요.

올라왔던 길과 달라 내려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선암사 차문화 체험관


차문화 체험관에 도착해서 차를 마실 줄 알았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미처 마시지는 못하고 기다리시던 부모님과 합류해서 대전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다도 체험, 다과 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고, 다양한 전통차를 판다고 먼저 오신 부모님께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선암사 석등


마지막으로 선암사 안에 있던 석등의 행방을 밝히며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정답은 '선암사 올라오면서 못보았나.'입니다.

숲속, 산길 여기저기 올라가다보면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데 저는 올라가다가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이니만큼 다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처님이 앉아계시네요.


이것으로, 스물 아홉 번째 방방곡곡 여행 때밀이를 마칩니다. 탁!

  1.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056286&cid=42840&categoryId=4285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