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홀로 출사를 나왔습니다.
사실은 여자친구와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바쁜 일이 있다는 관계로 홀로 나오게 되었네요ㅜ(크흡)
갑자기 폐철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사진기도 가지고 나온김에 온수로 향했습니다.
지난 번에는 (사진기가 없을 시절) 7호선 천왕역 방면에서 출발했었는데,
이번에는 1호선 온수역 방면에서 이 길을 거꾸로 돌아가보려고 합니다.
온수역은 서울에서 굉장히 멀게 느껴지지만,
막상 지하철을 타고가면 영등포에서 20~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출발하여 푸른수목원을 통과하여 항동철길을 지나, 천왕역으로 향할 계획입니다.
사실 온수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근처에 바로 철길이 있다는 착각을 했지요.
그러나 온수역 지도에는 항동철길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뭐 어때요 시간도 많은데, 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때는 바야흐로 기상청의 오보가 쏟아지던 그 시절,
더위가 물러간다는 잘못된 말로 인해 저는 시원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20분을 걸어도 나오지 않는 항동철길....
시작점인 푸른 수목원에 닿아서야,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웬만하면 버스타고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시작도 전에 다리가 아파서 데이트하다가 싸울 수 있습니다.(혼자와서 다행)
환승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까 우리는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뭐 40분을 걸어서 푸른 수목원에 도착하였네요.
이미 다리는 아파서 약간 쉬고 싶은 지경입니다.
그렇지만 계속 가야만 하지요.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푸른 수목원은 서울 최초의 시립 수목원이라고 합니다.
서울에 와서 사실 월드컵 공원, 서울숲 등 좋은 공원이 많다보니,
따로 수목원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아 공원과 수목원은 다르지 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푸른 수목원은 자연을 잘 살려두고, 다양한 식물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사실 식물을 설명하는 것은 이 글의 취지가 아니니까 패스하도록 하고,
예쁜 풍경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식물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되있으니 궁금하시다면 찾아가보세요!)
위의 사진처럼 개울이 흐르기도 하며,
아까 사진처럼 저수지에 연꽃 등이 살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예쁘게 꾸며진 열대 식물원도 이렇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푸른 수목원에 가면, 공원들과는 다른 여러 식물종을 만날 수 있으며,
그 식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라 추천드리고 싶네요.
항동철길을 보러오신다면 함께 구경하는 정도가 좋을 듯 합니다.
열대식물원을 지나면, 드디어 항동철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열대식물원까지 걸어가면서 항동철길 안 보여서 온수에서 당황한 것처럼 또 당하나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더랬죠.
그렇지만 열대식물원을 지나야지만 철길이 보이니 인내심을 가지고 수목원을 만끽하시면 됩니다.
저 작은 쪽문이 철길로 가는 입구입니다.
철길에 대체 왜 목이 말랐는지는 아직도 미지수이지만,
이때는 빠르게 저 문을 통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핳핳
철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저는 이 돌들이 신기하더라구요.
넘버링이 다 되어있는 이 돌들을 어떻게 옮겨서 길을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수많은 무거운 돌과 철이 함께 큰 기차를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은 아직도 신기합니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길인 만큼, 조형물이나 미술품이 곳곳에 숨어있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엔 이 OO살의 나를 만나다.라는 조형물이 신기하더군요.
저 칸을 기준으로 8살, 17살, 25살 …으로 몇살의 나는 뭘 하고 있는지 또는 하고 있을지에 대해 적어둔 것으로,
한때는 수많은 기차가 지나갔을 이 길을 걸으며 사색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장치였습니다.
철도를 전공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도 있었습니다.
아까 봤던 넘버링이 되어있었던 돌들 사이 이렇게 나무로 된 것도 있더군요.
철도를 전공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나무가 사이이에 들어있는 것이 이질적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제가 상상했던 예쁜 철길의 모습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푸른 수목원 뒤쪽으로 쭉 향하다보면 개발공사가 진행 중이라 경관을 해치는 모습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도 길가에 피어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찍었습니다.
초점이 안 맞았네요...ㅠㅠ이번 학기 사진 수업을 들으며 갈고 닭아야겠습니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람이 찾아 오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엄청 적을 것을 기대하며 왔었는데, 생각보다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어서 1명도 안나오게 찍고 싶었던 사진은 패스!
저 분도 어딘가 아름다움을 향해 사진기를 들고 뜨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계시더군요.
그렇게 걸어오다보니 어느새 지난번 천왕역에서 출발할때 봤었던, 항동철길 시작점 옆에 집이 보였습니다.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천왕역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은 이 집을 기점으로 항동철길의 시작을 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이제는 볼 수 없는 이질적인 모습이죠.
일본의 경우 지상철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 철길이 있는 모습을 쉬이 마주할 수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지하철이 많고, 철길은 도심을 통과하는 모습이 매우 희귀하기에 이 모습이 참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니지 않는 철길에, 철도 앞 무조건 정지 표시가 있는 모습.
문득 저 오래된 표지판이 아름다워서 찍어봤습니다.
이제 긴 걸음도 종료 지점에 다달았습니다.
저 뒤쪽으로 이어지는 철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천왕역쪽으로 걸음을 틀어야 한다는 것이 아쉽네요.
여기도 역시 현재 기차가 다니는 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철로 앞 정지 표시가 있네요.
왜 그런지 매우매우매우 궁금합니다.
심지어 차단기도 설치 되어 있네요.
하늘이 너무나 예쁜 하루 갑작스런 출사욕을 감추지 못하고 향했었던 항동철길.
홀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혹은 그것을 최대한 프레임에 담아보고 싶었던 욕구가 느껴졌던 기분좋은 하루였습니다.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추억을 다지는 길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이것으로, 스무 번째 방방곡곡 여행 때밀이를 마칩니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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