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때미니의 속시원한 먹방

[대전] 토박이가 뽑는 칼국수 시리즈 1편-오씨칼국수


대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칼국수.

대전으로 대학원때문에 서울에서 유학 온 선배의 말에 따르면 "대전 사람들의 소울푸드를 꼽자면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다."라고 1년 살아보니 알겠다며 이야기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옛날부터 칼국수와 냉면 컨텐츠는 아껴왔었고 계속 가는 집들이라 소개하기가 더 어색하긴 하지만, 이제까지 다녀본 집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닐 땐 칼국수 집이 많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대전은 동네마다 유명한 집 1~2개씩은 꼭 있습니다.

그래서, 대전 사람들끼리 얘기해보면 마치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스타 이야기하듯이 맛에 대한 평이 다르고 선호하는 집도 다릅니다.

그래서 어느 가게로 첫 포문을 열어야할까 생각하던 중, 가장 자주가는 집으로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요일은 쉽니다.(상당히 중요한 내용입니다.)

비살짝 올까말까한 선선한 날 어느 순간 그 매운 김치와 시원한 국물이 땡기는 월요일, 문득 스쳐가는 메뉴가 이 칼국수입니다.

너무 자주 가는 집이라 간혹 쉬는 날을 잊고 갈까 생각하기도 하는 그런 집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 일하시는 학교가 가까워서 부모님과 함께 자주 왔었던    

삼성동 철길 옆 작은 도로사이 작았었던 칼국수 집은 이제는 번호표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집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크기도 크지 않았고, 지금은 쉬고 계시는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도마 위에서 계속 면을 치고 자르고 계셨던 기억이 납니다.



대전에 몇몇 비슷한 가게는 있지만, 체인점이 없어서인가 유독 줄이 깁니다.

11시에 오픈이라 맞춰서 왔는데도 불구하고 20개가 넘는 테이블은 이미 만석이었고, 7분에 뽑은 대기표는 5번이더군요.

그래서 항상 여기 올때면 기다려서 먹겠다는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옵니다.



언제부터인가 앞에 엿을 파는 가게가 생겼는데, 엿 자체를 홍보하는 내용의 포인트는 '매운 맛 잡는'.

후술하겠지만 김치가 매운 것이 특징입니다. 옛날보다 더 매워진거 같다는 느낌은 있는데...감으로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한 20~30분 기다렸더니 자리가 나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테이블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 김치입니다.

많이 먹어봐서 아는 그 짜릿한 매움때문에, 칼국수가 나오기 전부터 입에 침이 고여서

칼국수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입니다.



육안상으로는 그렇게 매워보이지 않는데 막상 먹으면 잘 절여진 배추의 아삭함에

첫 맛은 맛있게 익은 달달한 김치가 뒤로 갈 수록 매운 향이 올라오면서 입안 전체로 강한 맛이 퍼지는데 짜-릿합니다.



대전 실비식당도 마찬가지고 이곳도 베트남산 고추를 사용하는데, 얼마나 쓰는지는 이 집만의 비법이겠지요.

어릴 땐 한 땐 맵다고 잘 안 먹다가, 어느 순간 먹다가 밤에 화장실을 가더라도 막 먹고 나름 정이가는 매운 맛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침이 계속 고이네요.

아무래도 매운 음식 자극으로 침-맛있는 음식 연합을 자극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회전율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칼국수는 상당히 금방 나오는 편입니다.

양은 절대로 1인에 1개 시키면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충분한 느낌이 드는 정도.



아직도 면을 직접 쳐서 자르는 원칙을 고수하시던데, 면발은 그 때의 그 느낌을 잃지 않는 탱글탱글함을 자랑합니다.

참, 김치가 매워서 칼국수 국물에 씻어드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중에 국물이 엄청 매워져서 먹으면 2배의 매운맛을 자랑할지도....

첫 맛은 쑥갓과 애호박향이 삭 올라오고, 다음으로 밀가루를 씹으면서 나는 밀가루의 은은한 향, 마지막으로 국물의 다진마늘과 동죽향이 마무리합니다.



추운 겨울이던, 비오는 꿉꿉한 선선한 여름 날이던, 술에 취한 다음 날 해장이던

그 맛이 항상 기억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곳에 산다는 것은 그 또한 나름 즐거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대전에 방문하시거나 사시는 분들은 꼭 한 번 가봤으면 하는 집 오씨칼국수였습니다.


이것으로, 마흔 두 번째 속시원한 먹방 때밀이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