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때, 문학 작품을 반 강제로 많이 읽고 외웠던 적이 있습니다.(못 외우면 남았다는...한 번에 열 몇편,,)
사실 학원의 방침이기도 하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시를 외운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를 외우며, 언어를 곱씹으며, 마음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을 단련했다고 이제는 생각이 되네요,(당시에는 토할 것 같았는데)
그래서 요즘은 시집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쓰는 연습도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문학을 (나름) 사랑하는 청년으로서, 고등학교 때 읽었던 목마와 숙녀라는 작품은 꽤 인상적이었고,
박인환 문학관은 인제에 왔으니 꼭 찾아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위치는 인제 군청에서 멀지 않으며, 함께 소개할 인제 산촌민속박물관과 함께 있습니다.
막국수를 맛있게 먹고 바로 이곳에 도착!
건물이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물론 이것은 산촌민속박물관, 그 옆에 맨위에 해시계처럼 있는 박인환 시인 뒤편의 건물이 문학관입니다.
연결 통로가 있으나 현재는 이용하고 있지 않은 듯 하더라구요. (다른 건물이긴 합니다.)
박인환 문학관은 제 짧은 식견이지만, 박인환 문학관은 제 기대랑은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박인환 시인의 문학적 관심사와 경험을 표현하는 것 보다는,
박인환이라는 시인이 서울 명동에서 자주 왕래했던 집이나, 커피숍, 술집 등에서,
그가 다른 문인들과 교류하며 어떤 문학적 커뮤니티를 형성했는지와
그의 명동에서의 삶을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제게 가장 관심 있던 곳은 이 마리서사.
박인환 시인이 해방 후에 차린 서점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이곳에 박인환 시인이 읽고 영향을 받은 문인의 책이나,
그 글을 읽고 썼던 짧은 에세이 같은 내용이 더 많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계기와 방향성을 가지고 모더니즘 시를 썼는지 굉장히 궁금했고,
사실 시를 읽으면서 제가 가장 공감이 어려웠던 것이 바로 모더니즘이었으니까요.
이 바의 이름은 포엠이라고 합니다.
박인환 시인은 명동 백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항상 말끔하게 차려입고, 명동을 거닐었다고 합니다.
이런 고급 바에서 술을 마시며 문학적 감수성을 키우기도 했겠지요.
(흠...현대적인 것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요.)
깊숙히 들어가면 있던, 모나리자라는 커피숍에서 '목마와 숙녀'라는 시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끝자락에 이 시를 숨겨둔 느낌이랄까요.
이 모나리자라는 커피숍의 의미보다 안에 있었던 박인환 시인의 시를 위한 약간의 설명,
현대 사상과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내용이 있어서 속이 조금 시원해 지기도 했습니다.
깊은 허무와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그의 시를 이해하기보다 이해할 수 없는 높은 차원의 고독인
인간의 내적 고독을 표현하는 시를 읽으며 이해를 온전히 하기를 바랬던 욕심을 깨닫기도 했죠.
그렇지만 명동 백작님께서 왜 모더니즘을 사랑하게 됬는지에 대한 계기가 더 궁금하더군요, 인제라는 산골 출신이신데도 불구하고요.
문학관 자체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 시대의 명동을 조금이라도 재현해서 표현해둔 것이,
그 시대에 살지 않았던 저에게는 참 좋은 사진장소로 남았습니다.
문학관을 다 보고나서 밖으로 나와서 산촌민속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솟대는 언제나 봐도 즐겁습니다. 참 귀엽게 생겼거든욬ㅋㅋㅋ
나를 마냥 수호해주는 것 같은데, 막상 살다보면 더 수호좀 해달라고 빌고 싶네요.
이리오거라 수호신들아!
밀랍 인형과 여러 전시품으로 산촌 생활을 표현해 둔 것이 참 인상적이 곳이었습니다.
관람 시간은 30분~1시간 정도면 충분히 보실 수 있는 곳이더라구요.
(한 여름인데 또 세뱃돈이 받고 싶은 못난 아들을 회초리로 치십시오 부모님...)
산신 부부를 모시는 곳을 재현해 놓은 것입니다.
사실 저는 본적은 없지만, 이런 것도 있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더라구요.(여기는 모든 것이 그렇더래요!)
저기 일본에서나 많이 볼 수 있는 오미쿠지를 태워달라는 모습과 비슷하지만 다른 것은,
오미쿠지를 새끼줄에 묶는 것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운세를 태워버리는 것이지만,
저 금줄에 묶는 것은 산신부부께서 부디 소원을 이루어 달라는 이야기이지요.
이벤트이니 한 번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영국사에서 했었던 것과 비슷하네요.)
산촌에서 만날 수 있는 사냥 도구 중 하나였던 매.
매사냥이라는 소설이 분명 있었죠 아마.
우리 민족의 얼을 상징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이 매를 다루는 사람은 무형문화재이십니다.
(뭘 자꾸 쳐다보냐며 노려보는 매....무섭무섭 저게 물면 아얏!)
요즘 돌진하는 멧돼지 친구들을 박제한 모습입니다.
사진이니까 크기가 이만하지, 실제로 박제된 멧돼지를 보면,
얼마전 뉴스에 등장했던 가게로 돌진한 멧돼지가 얼마나 식겁할만한 상황인지 간이 놀랍니다.
그와중에 새끼 멧돼지는 왜이리 귀여운지....근데 저게 크면 무서워지니까 참...(나랑 왜이리 닮은거니 너희 둘)
막국수의 기원도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옛날에는 막국수를 그냥 동치미 국물에 말아서 먹었다고 하네요.
요즘 여름에 먹는 시원한 동치미 국수처럼요.(아 갑자기 글쓰는데 침넘어갑니다. 허허.)
어린이들이 와서 보면 더 좋을 것 같은 교육적이고 재밌는 것들이 많았던, 박인환 문학관과 산촌민속박물관이었습니다.
저처럼 어린이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오셔서 즐겁게 보셔도 좋아요ㅎㅎㅎ
이것으로, 열 일곱번째 방방곡곡 여행 때밀이를 마칩니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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